잘 가요. 내 청춘

출근길에 보니 장미가 활짝 피었더라구요. 흐드러진 장미를 지나쳐서 신호등에 섰을때
또 병신같이 눈물이 후두둑 흐릅니다. 실연당한 것도 아니고, 길거리에서 이게 뭔가 싶게 말이에요.

죽었던 것들이 살아나는 계절이에요.
앞다퉈 혼례를 올리는 시간, 꽃들이 풀들이 자태를 자랑하는 날들
그런 날들의 한 가운데, 당신이 홀연히 사라지셨습니다.

나는 당신의 부재를, 여전히 실감할 수가 없습니다.
차일피일 미루며, 분향소를 찾지 못한 건, 어떤, 두려움 때문이었나봐요.
거길 가면, 그 영정과, 그 눈물들과, 국화꽃들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니까. 여기 없는 당신을.

당신은 내가 뽑은 첫번째 대통령(이자 마지막 대통령)
당신이 쫓겨났을 때, 지켜주려고 했던 첫번째 대통령(이자 마지막 대통령)
나를 기대하게 하고, 환호하게 하고, 화나게 하고, 실망시키기도 하고,
울게하고, 웃게하던 첫번째 대통령(이자 마지막 대통령)
내, 청춘의 증거이자 상징이었던 당신이,
홀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오늘 거길 가면, 아마 당신을 원망부터 하게 될지 모르겠어요.
당신을 대통령 후보에서, 대통령으로, 그리고 다시 시민으로 알고 지낸,
 그러니까, 지난 7년여  '지나놓고 보니' 청춘이 피었다 지는 시간이었네요.
당신이 가고 나니,

나는 다시 꿈꿀 수 있을까요.
그토록 무모한 꿈.
내가 겪었던 과거였는데도, 생각하면 설레던 그 꿈들.
자책골이면 어떻고, 그것이 실패였으면 또 어땠다고- 그 먼길을 혼자 떠나셨나요.
몇번을 올랐는지, 아마도 알수 없을 그 봉우리. 거기 섰을 당신이
이 지구에서 가장 외로웠을 거라는 것을,
살다가도 문득문득 떠올리게 될 겁니다.


잘 가요. 당신,
내 청춘의 기록.
심장에 남은 상처.


이제는 안녕.



by 케슬 | 2009/05/28 09:49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1)

부에노스 디아스

부에노스 디아스

부에나스 따르데스

부에나스 노체스
이글루스 가든 - 스페인어와 친구하기

by 케슬 | 2006/01/05 15:18 | 트랙백 | 덧글(0)

한강의 산문집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한강 지음, 김홍희 사진 / 열림원
나의 점수 : ★★★★


by 케슬 | 2005/01/17 16:01 | 트랙백 | 덧글(0)

올드보이

올드보이의 영화대상 석권
언제나 여유있는 박찬욱의
영화 코멘트 "아름다운 악몽'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아름다운 악몽이라.
맘에는 안들지만, 적확하다는 느낌이다.

올드보이 UE
박찬욱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스타맥스
나의 점수 : ★★★★

아름다운 악몽이라는 표현. 맘에는 안들지만 나름대로 적확하다는 느낌이 든다

by 케슬 | 2004/12/06 16:20 | 트랙백 | 덧글(0)

아무것도.

무기력의 정체는
아무것도무기력증.

도무지

아무것도,
하고싶지가 않고
보고싶지가 않고
듣고싶지도 않고.

아무것도.

by 케슬 | 2003/11/05 14:47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0)

까닭없이

까닭없이
몸과 마음이
지구전체처럼
무거워지는 날.

어디까지 가라앉을수 있는거냐.

아흐...

by 케슬 | 2003/11/05 14:45 | 끄적끄적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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